'왕별' 김한별, 2언더 선방…반전 기회 잡나

입력 2021-06-10 18:16   수정 2021-06-10 23:53

‘왕별’ 김한별(25)이 다시 한번 빛날 준비를 마쳤다. 10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GC(파71·7361야드)에서 막을 올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다. 김한별은 이날 1라운드에서 악천후와 어려운 코스에도 13번홀(파4)까지 2언더파를 기록하며 이태희(37) 김동민(23)과 공동 3위로 우승 경쟁에 나섰다.
악천후에도 2언더파 ‘선방’
김한별은 다소 늦은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그래도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2017년 호심배 아마추어선수권과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선수권을 제패했다.

지난해에는 ‘KPGA의 별’로 떠올랐다. KPGA 코리안투어 데뷔 2년차에 헤지스골프KPGA오픈과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며 통산 2승을 수확했다. 제네시스 대상과 상금랭킹 부문에서도 2위에 이름을 올렸고 SK텔레콤이라는 거물 메인 스폰서도 만났다.

올해는 활약이 조금 뜸했다. 5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지난달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거둔 공동 30위가 최고 성적이다. KB금융리브챔피언십에서는 커트 탈락하는 아픔도 겪었다.

절치부심한 결과였을까. 자신의 메인스폰서 대회에 나선 김한별은 그간의 부진을 설욕하겠다는 듯 초반부터 선두 그룹으로 치고 나갔다. 지난겨울 핀크스GC에서 동계훈련을 하며 코스가 익숙한 덕분인지 악천후와 난도 높은 코스에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김한별은 보기 1개, 버디 3개를 기록하며 파 세이브를 이어갔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후반 14번홀(파3)에서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는 악재를 맞았지만 김한별의 반전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라운드였다. 그는 “사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아 많이 힘들고 예민한 상황이었다”며 “소속사 대회 첫 출전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최경주가 선물한 ‘악마의 홀’
이날 1라운드는 자연과의 싸움이었다. 선수들은 경기 내내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맞서 싸워야 했다. 오전에 라운드를 펼친 선수들은 강한 바람을 읽고 컨트롤하는 데 애를 먹었다. 오후 4시30분 현재 공동 1위인 김주형(19)과 김승혁(35)이 3언더파일 정도다. 이날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10명에 불과했다. 오전 일찍 10번홀(파5)에서 경기를 시작한 허인회(34)는 초반에 버디 4개를 몰아치며 상쾌하게 시작했지만 17번홀(파3)부터 난조를 겪으며 1오버파로 마쳤다.

오후에는 바람에 더해 비구름으로 인한 안개의 역습을 받았다. 오후에 경기한 선수들은 후반 홀을 도는 동안 강한 안개에 시야가 제한되면서 경기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결국 경기위원회는 오후 5시30분 정상적인 대회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첫째 날 경기를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4번홀(파4)은 ‘악마의 홀’로 떠올랐다. 원래 파5홀이었지만 대회 직전 파4홀로 바뀌면서 498야드짜리 ‘괴물홀’이 된 것. 두 번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려 버디를 잡기 수월하던 홀이었지만 파세이브도 쉽지 않은 지뢰밭이 됐다. 상당수가 이 홀에서 보기 이상을 기록하며 타수를 잃었다. 박성국만 유일하게 버디를 잡았다.

이 같은 변화는 이 대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51)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최경주는 지난 7일 귀국해 코스를 돌아본 뒤 ‘선수들이 롱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 파4홀이 더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PGA투어에서는 500야드가 넘는 파 4홀이 대회마다 서너 개 꼭 있다. 이런 홀에서는 티샷도 잘 쳐야 하고 두 번째 샷도 잘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이 내 진심을 안다면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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